Roo.Mu Part. 2 

Walk into Oblivion

 성수행 지하철 안에서 잠깐의 바깥 경치를 보기 위해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뗐을 그 잠깐의 순간이었습니다. 순간 상대적으로 바깥의 풍경 변화가 내가 가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. 이 순간의 감정을 컬렉션으로 만들어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 건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을 거친 후 였습니다.


 이번 파트 2. Walk into Oblivion은 시간의 흐름과 방향성을 옷에 부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선의 강조와 선의 흐름에 중점을 주었습니다. 어플리케로 들어간 프린트 오간자가 주제를 표현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. 이번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긴 사선은 앞으로도 계속 작은 요소들로 등장할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.


 그러던 와중에 한 콜라보 이벤트에서 보스턴 출신의 포토그래퍼 친구를 만났고, 같이 룩북작업을 해보자는 말이 나와 이렇게 결과물을 받게되었습니다. 촬영의 기획에 있어서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. 주제인 Oblivion은 잊혀짐, 망각을 뜻하죠. 그렇게 시간의 뒤편으로 밀려가는 것들과 그것을 바라보며 내가 변화를 볼 수 있는 대상을 담고 싶어서 여러 곳을 찾았습니다. 


 슬픈 얘기일지 모르지만 아직도 서울은 엄청난 변화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.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창문 밖으론 고층 건물을 올리기 위한 공사가 뚱땅 뚱땅... 여름이 오고 있는데 걱정까지 될 지경입니다. 그런 와중에 주위의 동네가 눈에 띄었습니다. 빠알간 스프레이로 철거, 공가, x 등의 마크가 되어 있고, 사람은 비어가고, 줄이 쳐져 있고, 천막이 쳐져 있는 그런 동네입니다. 


 어렸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찾아갔던 한의원과 추어탕 집이 이 근처였다고 아버지가 말씀해주셨습니다. 그래서 더 이 동네의 잊혀져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 촬영 기간 중 그 잊혀짐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현재의 이 도시가 가려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. 이 모든 과정의 안타까움과 노스텔지어가 룩북에서 묻어나올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.